1. 줄거리
《유스 위드아웃 유스》는 단순한 판타지나 초자연적 현상에 머무르지 않고, 한 인간의 삶과 학문적 탐구, 그리고 내면의 정체성에 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인 영화다. 주인공 도미니크 마테이는 평생을 언어학 연구에 바친 노학자다. 삶에 대한 회한과 무력감에 빠진 그는 자살을 결심하지만, 기묘하게도 벼락을 맞고 살아남는다. 놀랍게도 그는 이전보다 훨씬 젊어진 육체와 급격히 향상된 지적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 기적은 그를 새로운 삶으로 이끄는 동시에, 수많은 위험과 도전에 직면하게 만든다.
도미니크는 젊음을 되찾은 자신이 단지 행운을 얻은 것이 아님을 곧 깨닫는다. 그의 능력은 다양한 정치 세력, 특히 나치와 같은 강대국의 이목을 끌며, 그는 지속적인 추적과 감시 속에 놓이게 된다. 한편, 그는 옛 연인 로라와 재회하게 되면서, 과거의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젊음을 얻은 대가로 그는 단순한 인간의 삶이 아닌, 초월적 존재로서의 고뇌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이 영화는 도미니크가 시간과 존재, 사랑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그의 여정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에 대한 사유를 깊게 다룬다.
2. 연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이 영화에서 기존의 서사 중심 연출에서 벗어나, 더욱 내면적이고 상징적인 표현 방식에 집중한다. 특히 그의 시선은 인간의 기억과 시간, 언어의 기원이라는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개념들을 시청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탁월하다. 영화는 일상적인 흐름에서 벗어나 시간의 비선형성, 의식의 다층 구조를 시적으로 묘사하며, 관객에게 직관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촬영을 맡은 미하이 말라마레 주니어는 색채와 명암을 능숙하게 활용하며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않고 이어붙인다. 벼락을 맞는 장면이나 도미니크의 내면을 시각화한 장면들은 초현실적이면서도 긴장감을 자아낸다. 조명과 앵글의 극적인 사용은 주인공의 혼란스러운 감정과 초월적인 능력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편집은 월터 머치가 맡아 시간의 흐름과 플래시백이 자유롭게 오가는 서사를 매끄럽게 구성한다. 복잡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철학적 내용이 강조되는 장면에서는 감정의 흐름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편집이 이루어진다. 여기에 오스틴 윈트리와 카밀라 코폴라의 음악은 몽환적이고 내면적인 정서를 전달하며, 도미니크의 고독과 성찰의 여정에 정서적 깊이를 더한다.
3. 주제
이 영화의 중심 주제는 ‘젊음’이나 ‘시간’ 그 자체보다, 그것을 되돌릴 수 있을 때 인간이 과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있다. 도미니크는 단순히 외적인 젊음을 얻은 것이 아니라, 삶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는 이 기회를 통해 학문적 꿈을 완성하고, 언어와 의식의 기원을 탐구하려 한다. 이 점에서 영화는 개인적 재생을 통해 인류 전체의 의식을 탐구하려는 메타적 구조를 지닌다.
그의 능력은 인류의 진화와 연결되고, 이는 단순한 초능력이 아닌 인류 보편의식에 대한 철학적 상징으로 해석된다. 영화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물리적인 차원이 아닌 심리적·존재론적 차원으로 끌어올리며, 인간이 시간 안에서 어떤 의미를 추구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또한, 도미니크와 로라의 관계는 사랑이 시간의 경계를 넘을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도미니크는 과거를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얻었지만, 그 사랑이 반드시 회복되는 것은 아님을 알게 된다. 사랑조차도 시간이 흘러 변하고, 사람 또한 그 시간 속에서 다른 존재가 되어 간다. 영화는 이 점에서 인간 존재의 연약함과 동시에 시간 앞에서의 존엄성을 동시에 비춘다.
4. 총평
《유스 위드아웃 유스》는 대중적인 오락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느린 전개, 복잡한 상징, 그리고 추상적인 주제는 때로는 관객의 이해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깊은 성찰과 진지한 철학적 사유를 가능하게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코폴라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상업성과는 다른, 예술적이고 실존적인 시도를 감행했다.
이 영화가 인상적인 이유는 단지 형식이나 연출의 세련됨 때문만이 아니다. 주인공 도미니크가 삶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얻고도, 그것을 통해 다시 한 번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인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고 있다. 그는 지식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자 하지만, 결국 그 해답은 사랑, 고통, 상실과 같은 감정 안에 있음을 깨닫는다.
관객은 도미니크의 여정을 따라가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시간이 다시 주어진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내가 진정으로 이루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 “지식과 사랑, 그 사이에서 나는 어떤 가치를 선택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유스 위드아웃 유스》는 단지 한 편의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철학적 체험이라 말할 수 있다.
코폴라의 영화 중에서도 가장 실험적이고, 가장 내면적인 작품인 이 영화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 다시 꺼내어 봐야 할 숙제 같은 영화다. 인간의 유한성과 영원에 대한 동경 사이에서, 이 영화는 독특한 시선으로 삶의 의미를 되묻는다. 그리하여, 《유스 위드아웃 유스》는 오랜 여운을 남기는 작품으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