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개봉한 <라라랜드>는 데이미언 차젤레 감독이 연출하고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한 뮤지컬 영화다. 이 작품은 고전 할리우드 뮤지컬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현대적인 감성을 담아내어 전 세계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재즈 음악, 인물의 감정선을 정교하게 담아내며 여섯 개의 아카데미상을 포함한 수많은 영화상을 수상하였다. ‘꿈의 도시’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꿈을 좇는 이들의 열정과 사랑,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현실의 벽을 진정성 있게 그려낸 이 작품은 현대 뮤지컬 영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1. 줄거리
<라라랜드>는 배우를 꿈꾸는 미아와 전통 재즈를 고수하며 자신만의 클럽을 열고자 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의 만남과 그들이 함께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처음에는 우연처럼 다가왔던 만남이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게 특별한 의미로 자리 잡으며 둘은 각자의 꿈을 응원하고 지지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적인 문제와 가치관의 차이가 이들의 사이를 점점 갈라놓는다. 영화는 꿈과 사랑을 동시에 잡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섬세하게 보여주며, 꿈을 선택하는 순간 사랑을 놓아야 했던 두 사람의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결말로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2.영상미
데이미언 차젤레 감독은 <라라랜드>를 통해 뮤지컬 장르의 매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였다. 영화의 시작을 장식하는 고속도로 위의 오프닝 씬은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영화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촬영 감독 리누스 산드그렌은 긴 테이크와 부드러운 카메라 워크를 통해 인물의 감정 변화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관객을 장면 안으로 깊숙이 끌어들인다. 특히 색감과 조명은 감정의 미묘한 결을 드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화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3. 음악
영화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요소는 단연 음악이다. 작곡가 저스틴 허위츠는 재즈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곡을 통해 인물의 감정과 스토리 전개를 섬세하게 뒷받침한다. “City of Stars”는 꿈과 사랑을 대변하는 주제곡으로, 반복되는 선율 속에 미아와 세바스찬의 내면이 스며 있다. “Audition (The Fools Who Dream)”에서는 미아의 감정이 폭발하며 꿈을 꾸는 이들의 불완전하고 고독한 여정을 노래한다. 안무 역시 단순한 퍼포먼스에 그치지 않고 캐릭터의 내면을 드러내는 도구로 활용된다. 두 사람이 해질녘 로스앤젤레스의 언덕 위에서 춤을 추는 “A Lovely Night” 장면은, 설렘과 감정의 어긋남을 동시에 표현해내며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4. 미장센
<라라랜드>는 풍부한 색감과 상징적 이미지들로 시각적 이야기의 깊이를 더한다. 데이빗 와스코가 이끄는 프로덕션 디자인은 로스앤젤레스의 현실적 배경과 환상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담아내며, 미아의 원피스 색상이나 클럽의 조명은 인물의 감정이나 상황을 상징적으로 전달한다. 별, 조명, 그림자 등의 상징은 꿈과 현실, 선택하지 않은 삶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며, 영화의 말미에 등장하는 상상 속 시퀀스에서는 색채와 안무, 음악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두 사람의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삶을 환상적으로 재현한다. 이 장면은 영화의 정서를 집약한 동시에, 관객의 감정을 절정으로 끌어올리는 클라이맥스이기도 하다.
5. 주제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나 뮤지컬을 넘어서, 열정을 추구하는 삶과 그로 인해 감내해야 하는 희생을 조명한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각자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도 서로에게 사랑이라는 위안을 주지만, 결국엔 꿈을 이루기 위해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이들의 이야기는 화려하고 낭만적인 겉모습 뒤에 감춰진, 꿈을 향한 길의 냉혹함과 현실성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는 예술이란 무엇인지, 진정한 성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세바스찬이 재즈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예술이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어떻게 정체성을 지켜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은유적 장면이기도 하다.
6. 결론
<라라랜드>는 단순히 한 쌍의 남녀 주인공이 사랑을 나누고 헤어지는 이야기로 치부될 수 없다. 이 영화는 꿈을 꾸는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무언가를 내려놓아야 했던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이자 찬사다. 음악과 춤, 영상, 연기 등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만들어낸 이 작품은 단지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객의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리는 감동을 선사한다. 삶이란 늘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꿈을 꾸고 사랑을 한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모여 인생이라는 하나의 영화가 완성된다. <라라랜드>는 바로 그 아름답고 찬란한 순간들을 음악과 빛으로 기록한, 시대를 초월한 명작이다.